
이강인의 발끝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공격의 중심으로 활용되는 것과 달리 대표팀에서는 측면에서 활동 범위가 제한되면서 장기를 발휘할 기회가 줄었다.
모레노 감독은 이날 손흥민과 오현규를 전방에 배치하고 이강인을 오른쪽에 세웠다. 김민수가 반대편 측면을 맡았고 황인범과 박진섭이 가운데를 책임졌다.
경기는 한국이 기대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전반 내내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고 첫 슈팅도 전반 45분 조현택의 발에서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 골문을 두드리며 주도권을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의 영향력도 크게 줄었다. 공이 오른쪽까지 원활하게 전달되지 않으면서 이강인이 직접 아래로 내려와 볼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잦았다.
상대 진영에서 드리블이나 패스로 변화를 만들기보다는 공격의 출발 지점에 가까운 위치에서 움직이는 시간이 늘어났다.
소속팀에서는 측면에서 출발하더라도 안쪽으로 파고들며 공격에 관여하고, 비워진 공간을 동료가 활용하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이강인이 상대 수비와 가까운 위치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다.
대표팀에서는 이런 장면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강인이 안쪽으로 들어와도 주변에서 패스를 주고받을 선수가 충분하지 않았고, 결국 다시 뒤쪽으로 이동해 공격 전개를 돕는 상황이 반복됐다.
모레노 감독은 앞서 이강인이 소속팀에서 보여주는 장점을 대표팀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우루과이전에 이어 이번 경기까지 오른쪽에 선 이강인의 공격력은 기대만큼 드러나지 않았다.
후반에도 한국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손흥민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혔고, 오히려 베네수엘라가 여러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송범근의 선방과 수비진의 대응, 골대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은 실점을 피했다.
경기 후 김민재는 “팀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우고, 경합하고, 수비를 해야 한다”며 경기 운영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손흥민도 김민재의 발언을 이해한다면서 공격진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인을 오른쪽에 세우는 것만으로 소속팀에서의 역할까지 재현되는 것은 아니었다. 공격 지역에서 이강인이 공을 잡을 수 있는 환경과 주변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어떻게 맞출지가 대표팀이 풀어야 할 문제로 남았다.
한국은 오는 6일 오후 8시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이번 A매치 4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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